그루터기, 남겨진 시간의 자리

Date
2026.03.01 ~ 2026.03.07
Venue
부산갤러리 제1전시실
Category
메이크업
관람시간
11:00 ~ 19:00 (월요일 휴관)
문의
051-715-1839
큐레이터가 정보 확인 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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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전시 소개 <그루터기, 남겨진 시간의 자리>는 도시 개발의 과정에서 잘려 남은 흔적을 통해, 인간이 관계와 직장에서 경험하는 상실과 단절을 생각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천안산업공단을 따라 이어진 길에서 잘린 플라타너스에서, 그루터기라는 ‘부재의 흔적’을 통해 존재와 시간이 겹지는 지점을 찾고자 했다. 산업 공단을 따라 형성된 거리는 하루에도 많은 트럭과 차량이 오 가며, 먼지와 소음이 끊이지 않는 시간의 풍경을 품고 있다.  그 길 위에서 오랫동안 시간 자리를 지켜온 존재들은 말없이 그늘이 되었고,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터가 되었으며, 사람들의 출퇴근과 일상이 오가는 관계의 배경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개발과 정비라는 이름 아래, 그들이 수행해 오던 역할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멈추었고, 그 자리에는 잘린 밑동과 나이테만 남았다. 드러난 나이테는 단순한 생물학적 구조가 아니라, 관계와 경력이라는 시간 속에서 축적된 기록처럼 보였다. 선명하지 않고 흐릿하게 번진 흔적들은 실패나 결핍이 아니라, 자신을 내어주며 반복된 역할을 감당해 온 시간의 밀도를 담고 있다. 희미한 나이테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관계 속에서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왔다고 믿었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 역할이 끝난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시간의 잔여들. 그루터기의 단면은 개인의 경력과 인간관계가 켜켜이 쌓였다가 예기치 않게 멈춰버린 순간들과 참 많이 닮아있다. 그루터기는 선명한 성취보다는, 차곡차곡 쌓인 관계와 경력이라는 시간 이후에 남겨진 흔적을 집중했다.  기능을 상실한 이후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존재들, 효율과 생산성의 논리 속에서 쉽게 대체되고 잊히는 삶의 장면들에 대해 조용히 질문함으로써, 그 흔적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시간의 흔적이 완벽한 관계의 증거는 아닐지라도, 모두의 삶 속에 남아 있는 흐릿한 나이테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냈다는 증거로 다시 읽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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